[데스크칼럼] ‘막내야, 안 보여.. 안 보여...’

어머니가 즐겨 찾으시던 병원들 이야기

정경희 기자 | 기사입력 2021/07/18 [10:22]

[데스크칼럼] ‘막내야, 안 보여.. 안 보여...’

어머니가 즐겨 찾으시던 병원들 이야기

정경희 기자 | 입력 : 2021/07/18 [10:22]
 

 

▲   98세의 어머니는 무학이셨다. 그런 어머니가 어렵게 익히신 한글로 메모하시던 평소의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학습 습관을 배우고 생활화하게 되었다. 지금도 글을 쓰고 있는것은 순전히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노익희의 인문학 이야기 중  ©정경희 기자

 98세의 어머니는 지난해에 세상을 등지시고 하늘에 오르셨다. 꽃이 피면 어머니가 웃고 계시고, 해가 빛나면 하늘에서 바라보시고, 단풍이 물들고 눈이 오면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려 주신다.   

 

그런 어머니는 하늘로 가시기 전 요양원에 계시면서 많이 누워 계셨다. 어머니를 뵈러 일주일에 한 번씩 가면 어머니는 조그만 케익 하나와 두유를 주로 드셨다. 말이 잘 안 나오는 어머니는 그때만큼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정성을 들여서 드셨다. 잘 올라가지 않는 손이지만 늘 손수건을 쥐고 연신 닦으셨다.

 

한 번은 휠체어를 타고 외출하셨다가 가까이 오라시면서 귀를 가까이 대자 “막내야, 안 보여.. 안 보여.. 안과..안과..” 라고 말씀하셨다. 사실 어머니는 일주일 전에 치과를 가시자고 하시면서 비슷하게 말씀하셨기 때문에 나는 잠시 어머니가 풍경을 보는 사이 좀 멀리 떨어져서 어머니께 손을 흔들어 보였다. 잘 안보이신다던 어머니는 금새 손을 흔들면서 화답해 주셨다. 그 모습을 본 아내는 밝게 웃으면서 “어머니 모시고 빨리 안과 가봐요”라고 어머니의 심정을 헤아려 주었다.

 

필자는 중도장애를 입어 목에 금속고정술을 세 번이나 할 정도로 많이 아팠었다. 심할 때는 호흡곤란과 숙면을 전혀 취하지 못해 늘 피곤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건강하게 보이는 외모 때문에 사람들은 내 장애를 인지하고도 잊어버리기 마련이었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영원히 내 편이 한 명 있다면, 그 사람은 바로 어머니라고 누군가 이야기 했었다. 어.머.니. 바로 그 어머니가 지금도 내 마음과 몸을 한없이 어루만져 주신 것이다.   

 

장애감수성은 장애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봐 주고 사회적 배려를 생각해 주는 것인데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장애를 지닌 내부장애인들 대부분은 비장애인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나에게 어머니는 25년 전부터 늘 한결같이 물으셨다. “막내야, 목은 좀 어떠냐? 팔은 안 아파? 숨은 잘 쉬니?” 지금도 어머니의 안과, 안과를 찾으시던 귀여우신 모습이 눈에 선하다.

 

주위를 돌아보면 봉사를 생활화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많다. 직업상 그런 사람들에게‘왜 봉사를 이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물으면 대개 그들은‘봉사야말로 지극한 즐거움을 준다’는 대답을 많이 한다. 참 고맙고 감사해야 할 일이다.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하고 사는 삶이야 말로 최고의 가치가 아니겠는가? 봉사하는 단체의 슬로건들을 보면‘초아의 봉사',‘우리는 봉사한다’,‘인도와 공평, 자발적 봉사’등으로 자연스럽고 경건해지는 구호들이 많다. 수많은 봉사자들이 이런 보편적인 봉사활동 등을 통해서 나와 우리가, 인류가 어려움을 당할 때 공평하게 자유를 나누다 보니 더 평화로워 질 수 있었던 것이리라. 

 

봉사자들 중에는 본인도 어려운 살림살이인데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도 많아 보인다. 우리야 감사하고도 고개를 숙여야 하지만 그들의 가족은 좀 입장이 다를 것이다. 더욱이 배우자의 입장에서 내 가정보다 남을 위하는 ‘가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생각보다 차가울 수밖에 없다. ‘누가 누구를 생각하느냐’고 되물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경험한 바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대목이라 생각된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필자는 한때 이러저러한 봉사단체에서 활동을 하면서 부끄럽지만 잘 하고 살고 있는 줄 알았었다. 외국에서 돌아온 현명한 누나는 “동생아, 다른 곳에서 봉사할 일이 있으면 엄마한테나 잘해” 다른 곳에서 봉사하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는 이들에게 잘 하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사랑하는 누나의 조언 뒤에 나는 어머니에게 집중했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내 친구가, 내 지인이 어디가 아프고 부족한지를 살피고 돕는 일.. 바로 그것이 진정한 장애 감수성일 것이다.   

 

인생을 잘 보면 여러 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머니 뱃속에서 살다가 세상에 나와 부모의 도움을 받고 살아간다. 기어 다니다가 걸어 다니고 학교를 다니다가 사회로 나간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다가 어른이 되고 가정을 갖게 되면서 다시 부모가 된다. 그리고 늙어가게 되고 언젠가는 병을 얻고 어머니처럼 자식들의 도움을 받다가 하늘로 오르시게 되는 것이다. 시작과 끝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살게 되고 죽게 되어 있다. 누구에게나 그 공평함은 잘 배분되어 있게 마련이다. 조금 빠르고 조금 늦은 것일 뿐 별반 다르지 않은 인생인 것이다.

 

영원한 것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이 세상 그 누가 오래도록 무궁할 수 있겠는가? 

 

살다 보면 풍랑에 배가 뒤집히고 그 넓은 황량한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살 때가 많을 것이다. 아무리 지혜롭고 가진 것이 많고 건강하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것이다. 

 

가장 훌륭하다고 하는 4대 성인 역시 모두 어렵고 힘든 최후를 맞아 죽음을 받아들였다. 자식들을 볼 때도, 어른들을 뵐 때도 그리고 하늘에 오르신 어머니께도 이런 생각을 전해 드리고 싶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더라도 이내 지게 되는 것이 세상인데 하물며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 삶이 오죽하겠냐고 말이다. 

 

다만 얕은 꿈을 안 꾸고, 추억과 낭만에 빠지지도 않으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이렇게 잘 어우러져 살아가면 참 좋겠다고 눈부시게 찬란한 이 초록의 계절 7월에 메시지를 전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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